폐업신고


한때 21세기를 시작하는 허공의 한켠에 맹물다방이란 곳이 있었다. 맹물다방은 2000년부터 시작하여 2009년까지, 딱 10년 동안 살아 있었다. 겉보기에 구식 5층 아파트 상가건물에 딸린 동네다방 같았지만 뜻밖에 일일 조회수 70만이 넘어서는 국제적 커넥션 포인트였다. 그런 맹물다방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폐업에 대한 여러 추측이 있었다. 주인장 맹물이 대박을 터트릴 영화를 만드느라 이곳을 돌볼 여유가 없어서, 혹은 자유로운 영혼이 또 다시 배낭을 싸서 세상을 떠돌게 됐다거나. 하지만 주인장은 그건 완전 기분 잡치는 추측이라며 터무니없어 했다. 그에 의하면 폐업의 이유는 독소 때문이었다. 독소? 누가 한강물에 독을 탔단 말인가. 정신과 의사는 또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하고, 사이비 교주는 매일 이른 새벽 시퍼런 바닷물에 홀로 제 몸을 담그거나 해야 한다. 독소를 빼는 데는 얼굴 경락도 좋은 방법이라던데 몸을 직접 터치하는 서비스는 돈이 좀 든다. 여하간 맹물군은 독소를 빼내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뒤돌아보면 맹물군이 이 공중누각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어쩌면 오해에 대한 완곡한 항변 같은 것이었지만 다방 손님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간에 따뜻한 마음들을 건네며 정답게 세월을 보내주었다. 다방 문에 대못을 꽝꽝 박는 맹물군에게 이제 어디로 갈 거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대들 기대에 영영 나는 거꾸로 가리.  꼴좋군 이 말 들으며 개쪽팔리게.


* 2010. 11. 23 일... 폐허처럼 텅 빈 이곳에 맹물다방을 다시 엽니다. 10년 세월이 가뭇없이 사라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