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in me


어머니 칠순 잔치 가는데 잠바랑 청바지 입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직장 다니는 이한테서 옷을 빌렸다. 멋지게 기념촬영도 한 컷. 도대체 내 속에 뭐가 있는지 어려서부터 모르겠더라. 정체 모를 놈은 아닌 거 같고 어쩌면 정체랄 게 없는 놈일 지도.  그나저나 예전 같으면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을텐데 요즘도 이렇게 옷 빌려 입는 사람 있을까? 
언젠가 한 후배가 말하기를,
  
형이 회사 다니면 내가 양복 한 벌 해줄께요. 
아니 왜? 
형이 회사 다녀야 나도 맘이 좀 편할 거 같아. 
뭔 소리래? 
회사도 안 다니면서 잘 놀고 지내는 사람 보면 영 회사 다닐 맛 아니거든.


그래도 가끔 내가 속내 드러내는 후배한테서 이런 말을 들으니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힘내라는 배려인가? 그가 어디 내 사정 모를라구. 아참, 며칠 전 이런 기사가 떴더라. 성인 남성의 99 %가 자기 사타구니에 손을 넣어서 그 냄새를 맡곤 한다고. 그것은 일종의 동물적인 자가진단 같은 거란다. 한데 이런 조사는 어찌 했담. 그나저나 세상에 도대체 그럴 것 같지 않은 어떤 분을 안다. 한번 여쭤볼까? 하지만 신독(愼獨)을 강조하던 이황 선생님이 혼자 계실 때  혹 그 냄새 맡는다 해서 그런 이유로 우리 모두 똑같다고 즐거워하는 악의적인 못난 이들처럼 보일까봐 감히 여쭤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임금이 똥 싸면 모시는 사람들이 그 맛 보고 건강 체크 했다는데 나도 존경하는 선생님 똥 맛까지 보며 건강을 챙겨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몇 번의 풍토병으로 간이 상했는지 비위가 약해졌는지 요새는 쓰레기 쌓인 것만 봐도 구역질을 해서 그건 좀 어렵겠다. 며칠 전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통지서가 배달 되었는데, 마흔이 되니 그런 게 오나 보다. 항목에 보니 위내시경 검사도 있던데,

낯선 이 앞에서 있지도 않은 속을 보이다 공연히 토악질 할까 겁나네. 
 
 

흐르는 음악은 '위대한 레보스키'에 나왔던 the man in m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