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갑니다




다시는 밭갈 일 없을 마음인 줄 알았는데 무슨 자동기계처럼 밭을 갈았습니다. 골목길에 핀 살구꽃 한참 바라보다 일어난 일이지요. 호미 들고 종일 네 발로 기다 보니 땅에 묻혔던 폐벽돌들 사라지고 간신히 사람 사는 집 마당이 되었네요. 해질녘에야 상추 씨 뿌렸습니다. 상추 씨는 참 예쁘죠. 둥근 달이 뜬 밤중에 고추와 꽃도 몇 송이 심었습니다. 마음은 안 나지만 저것들 심었으니 마당에 수도꼭지도 만들어줘야겠군요. 아침마다 대야로 물 퍼나르기도 일일 테니까요. 이참에 고수 씨앗도 구해봐야겠습니다. 살짝 데친 새우 위에 고수잎 가득한 셀러드면 홍콩은 아니고 태국의 치앙마이로 직빵 갑니다. 거기까진 아니래도 진간장 국간장 약간으로 푸슬푸슬 버무려, 뿌리 다져 넣은 양념장에 밥 비벼 먹어도 좋지요. 빨면 빨수록 하얀 거품 일어나는 아욱도 좀 심어볼까요. 여름에는 보드라운 아욱국을 먹고 싶을테니까요. 그나저나 이제 며칠 지나면 저 위로 살구꽃들 점점이 날리겠군요. 계절도 놓고 가는 나를 작은 텃밭이 데불고 가주네요.


Dreaming My Dreams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