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셔츠를 보고 와서 고춧대를 세우다





출판사에 들를 일이 있어 무교동에 나갔다가 웬 노신사의 뒷태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꺼내 찰칵했다. 같이 길 가던 편집장이 살짝 당황했다. 점심으로는 만두를 먹었다. 오랜만에 외출을 했더니 시골 장날에 만두 사 먹는 기분이다. 집에 와서는 여기저기 꽃가루 날리는 중에 고춧대를 세웠다. 철물점에서 사둔 고춧대가 모자라서 옷걸이 봉도 심고 나무 막대기도 심었다. 상추는 이제 제법 먹음직하게 컸다. 연하지만 향긋한 향내가 나는 상추 튀김을 좋아한다. 붉은 상추, 초록 상추, 그리고 배추 같은 뻣뻣한 상추, 이렇게 세 가지 씨뿌렸는데, 이거 먹다 심심하면 저거 먹고 하면 될 거 같다. 군데군데 뿌려 둔 쑥갓 그리고 몇 주 전에 파종한 고수는 이제야 새싹이고 바질은 간신히 흙을 비집고 나왔다. 서로들 어울려 꼬물꼬물한다. 거름으로 쓸 오줌은 잘 썩고 있다. 오늘 볕이 좋으니 내일쯤 물 섞어 뿌리면 되겠다. 한 후배가 우리집에 텃밭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야채 뜯어 삼겹살 파티를 하자고 했다. 내 오줌으로 키우는 것들이라고 말하니, 아참, 자신은 원래 상추는 안 먹고 고기만 먹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