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시선


Sia - I'm in Here


저런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속에서는 배고픔도 없어서 그냥저냥 창밖이나 보며 이렇게 8년 동안 화성까지도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며칠 전이었다. 조만간 나사에서 우주 생명체에 관한 중대발표가 있을 거라는 뉴스 기사를 읽었다. 얼마나 중대한 발표면 미리 예고까지 하나 싶어 기사를 다 읽고는 댓글들도 열어봤다. 댓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보나마나 나사 빠진 소리일 것임 -

그로부터 며칠 후, 나사는 화성에서 비소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생명체가 그런 원소로 구성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과학자들 사이에는 어쩌면 지구에도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생명체들이 아주 많을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간 생명이라 규정했던 기준들은 다시 검토되어야 했다. 한데 의문이 든다. 화성에 거주하시는 박테리아님들은 지구인들 눈에 걸려들었지만, 자기가 진정한 외계생명체라면 지구인들에게는 인식될 수 없어야 말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외계생명체지 아니면 그게 뭐 외계생명체람. 외계인들과 대화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외계인도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몇몇 과학자들은 벌써부터 화성에 지구생명체를 옮길 꿈부터 꾸었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들을 유전자 조작해서 다시 화성에 뿌려서는, 지구 생물들의 화성 이주에 필요한 밑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전지구적 기독교 목사들은 여기저기서 그 박테리아는 생명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희한한 논리들을 늘어놓았다. 뉴스에 실린 목사들 사진을  봤는데 한참 열변을 토할 때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입주댕이가 아주 웃기게 생겼더라. 그나저나 이  박테리아를 봐도 알겠지만 아무튼 살아있다 보면 언젠가 이 지구인들에게 나도 생명체로 인정받을 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고마워해야 함을 당하고' 사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