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호객꾼

 

우리동네 돈가스 집들은 길가에 직원들이 나와서 오고가는 차들에게 손짓하며 열렬히 호객행위를 한다.
한가한 타임에는 그들끼리 모여 담배를 태우거나 할 뿐 식당의 다른 일들은 돌보지 않는다. 말하자면 주차와 호객 전문직원들이다. 마흔 중반대지만 그들은 대개 몸매가 균형 있고 자세도 반듯하고 좋은 인상을 지녔다. 하지만 뭔가 가난한 느낌이 든다. 유전자가 좋고 하드웨어가 훌륭해서 어느 자리에 가나 꽤 매력 있었을 풍모지만, 세상에서... 한 번도 꽃 피어 본 적 없어 뵈는 인상. 이 세상 자극에 유순하게 반응하다가 그 자극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져버릴 그런 '어여쁜' 단말기 같은 슬픈 낯빛이 있다. 세상이 무언가를 인정할 때는 대개 그 무언가를 소외시키고 수용한다. 나는 그들에게 호객 당할 때마다 그 잃어진 소외의 부분이 무엇인지 자꾸 관심이 간다. 오늘은 돈가스 가게에서 꽤 떨어진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데 그 중 한 아저씨가 멋진 자세로 빅스쿠터를 타고 내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나는 왠지 사랑의 눈빛이 반짝인다.

 

 

 

사진은 이디오피아에 다녀온 어느 여행자의 폰에서 한 장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