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ake


2011년 3월 24일 
봄이 코앞이라는데 창밖을 보니 문득 눈. 
해 지고 하늘은 어둑한데 눈이 퍼붓는다.
나가 보니 싸락싸락 얼음 알갱이들이네. 뭐가 얼어붙어 쏟아지는 거냐.
전철서 우산 파는 아줌씨는 방사능이 떨어지는 거라고 꼭 우산 사라더라. 
그나저나 사방이 너무 조용해. 우리 동네 쥐는 진작에 다 죽었을 거 같고, 살아있는 사람 하나 없군.
거짓말 같아 세상이.

상상을 해봤어. 사라지는. 
모든 게 잘못됐기 때문이지. 아니 하나도 잘못된 건 없을지 몰라.
죽은 것처럼 아무도 나의 소식을 모르고 나도 나의 소식을 몰라.
그리고 저기 어디, 바다 가까운 작은 도시에서 나는 일을 해.
날 받아주면 아무 일이나 해.
밥도 아무 거나 먹어.
잠도 아무 데서나 자.
그러다 또 누군가를 만나.
그럼 욕지거리를 퍼부어 줄 거다.
왜.
이유는 없어.

얼굴을 시멘트 바닥에 긁고 싶어.
자지도 꺼내서 거기 긁어줄까.
선생 할 때 학교 근처에서 달아나는 바바리맨을 잡아 경찰에 넘겼는데
그때 경찰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지. 
또 이리 살고 싶거든 자지를 꺼내서 시멘트 바닥에 문대라고.
영혼이 있다면 영혼도 문대주마.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잖아.
어느 쉬는 날
나는 해풍이 드는 갯바위에 낚시를 드리우고
아무것도 안 먹고 
깜깜한 밤 파도 소리에 묻혀 기침을 해대고 피 흘릴 거야.
겨울은 얼마 남지 않았어.
몸이 얼어붙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 적이 있지.
그때는 간신히 살아났지만 이번에는 그리 되진 않겠지. 

그럼 나는 오늘처럼 눈 내려야지.
시절의 실수 같은 눈.
벽제에 아직 화장터가 있나?
지금쯤 거기도 싸락 눈 쏟아지고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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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잤다. 거울을 보니 하룻밤 사이 참 많이도 망가졌네. 부시시 나가보니 눈은 다 녹고 흔적도 없다.
볕 좋구나. 그 언젠가 남쪽 바다에서 먹었던 도다리 쑥국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