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과 따분



끝없는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가해자들.
아전인수와 현실왜곡은 일상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은 껌값이다.
어쩌면 이런 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게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하지 말라는 것들을 명확히 지시 받지만
대개는 이러저런 방법으로 하지 말라는 것들을 하며 자라왔다.
작게는 불량식품에서부터 뽀르노, 흡연, 음주, 유흥업소 등등.
그렇게 커 온 이들이 보통이다.
간혹 부모와 선생의 지시를 반듯하게 따르며 자라난 사람들을 보기도 하는데
그들은 대개 스스로의 원칙에 어떤 식으로든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듯싶다.
그래도 끝내 접지 않는 자신의 원칙 같은 것이 있는데
속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이들이 실은 가장 속기 쉬운 사람들이란 것을 보여준다.

현실왜곡과 아전인수의 다양한 신공들을 쓰며 사는 건강한 이들은 그 꼴이 한심하고
자신이 고수하는 원칙에 발목 잡혀 억울함의 신경증을 앓는 이들의 고백은 너무 따분하다.

반짝이는 것들은 그 바깥 어딘가에 있지 싶지만
발 하나 들어갈 만한 공터에 저리 참한 화단을 만들어 둔 저 집 주인 내외는
또 얼마나 괴상한 이들일까 하는 기대도 없이, 야심한 밤 나는 이 동네 저 동네 한심하고 따분한 산책을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