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네 오이국수





이것은 백오이(여름오이)로 담근 피클입니다. 아삭아삭합니다.
간장 설탕 식초로만 담습니다.
비율이 유일한 숨겨진 비법입니다.
언젠가 국수집 할 날 있을지 몰라 비밀로 하겠습니다. 
각자들 본인의 입맛에 맛는 적당한 비율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한가지 팁은 알려드리지요. 간장은 신송간장을 써야 맛있습니다. ㅎ
한데 이 오이피클이 오늘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이 녀석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보기에는 그냥 물 검은 물 같아ㅍ보이겠지만, 이것은 오이피클 국물입니다.
냄새만 맡아 봐도 이것이 만만한 액체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지요.
풋풋한 오이 향이 확 풍깁니다.
거기에 청량고추를 약간 썰어 넣으세요.
먹기 전 기호에 따라 연겨자(노란 겨자)를 조금 푸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연겨자 없이 함 드셔보세요. 오이 향만으로도 이미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완성된 오이국물은 그 사이 잠시 냉동실에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이제 국수를 삶으세요. 헹굴 때는 얼음물로 해주시면 좋습니다.
자, 이게 끝입니다.
간단하지요?
미리 오이피클만 만들어 두면
축축 쳐지는 여름날 입맛 없을 때, 이렇게 금세 뚝딱입니다.





그럼 이제 한 젓가락씩 국수를 담가 드세요.
일본식 소바 먹 듯 말입니다.
여름 오이 향이 후루룩 입안으로 빨려들 겁니다.
알싸하게 매운 청량고추맛이 거참 시원하네요.
맹물네 오이국수를 드실 때는
주제가 확실한 음식이니만큼, 곁가지 음식들은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가 없어요.
제 아무리 맛있는 김치가 있다해도 꺼내지 마세요.
여기 뒤섞이면 죄다 추잡한 것이 되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맹물이가 오이국수 먹는 장면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쪼로록!
사진은 뱉는 장면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ps.
그냥 다 드셔도 좋지만 국수 한 젓가락 남기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얼음 뜨운 냉녹차에 담가 후루룩 마셔 보세요.
가히 '여름의 입가심'이라 할 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