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사러 가는 날

 

겨우내 보일러를 감고 있던 따순이를 뽑아내고

보일러실에서 다시 배관을 꺼내 마당에 수도를 달았다.

봄마다 하는 일이지만 뭐가 문제였는지 배관이 엉켜서 한 시간을 저 자세로 머리 박고 있었더니

머리통에서 윙윙 소리가 난다

 

    

 

연통에 묻은 검은 재들을 뒤집어 쓰고 나오니 햇살이 좋다.

머리나 깎아볼까 하고 hair zone에 기웃거리는데 이용소 글자 안에 삼색기둥이 예쁘게 박혀있다.

이발소에 들어서서 머리를 맡기고 있으면 왠지 맘이 편하고 치료 받는 느낌이 드는데

이발소는 본디 중세 유럽에서 외과수술도 하고 치과치료도 해주던 곳이었다니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삼색기둥의 파랑은 동맥 빨강은 정맥 흰색은 붕대라지 않던가. 

 

    

 

이발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TV에 방영 안 된, 조까네가 있다.

얄개 영화 포스터가 얄궃게 그려진 막걸리집 옆인데 대낮이라 그런지 조개 까는 총각네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조까네 옆에는 소문난 조선 국밥 & 냉면 가게가 있는데 그곳 메뉴가 특이하다.

아직은 여름이 아니라 슬러시 냉면은 안 한다니 여름에 한 번 와 봐야겠다.

 

    

 

아참 그리고 이곳에서는 소머리국밥도 아니고 머리국밥을 판다.

저거 먹으면 세 개로 늘어난 내 원형탈모 자리에 머리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장 입구쪽에는 미제품을 파는 옛날식 가게가 있는데 이름이 공주 상회다.

그 이름에게 참으로 실례지만 자꾸 양공주 상회로  읽힌다.

근처의 얼음 가게에는 칵테일도 아니고 칵텔 얼음을 판다.

올 봄에는 마당에 민트 대신 박하를 가득 심어서

저 옆에 한국식 모히토 가게나 하나 차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