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 안부

 

 

 

나비처럼 날고 있는 여린 저것

순수하게 오늘은 이것이 좋았다가 내일은 저것이 좋아서 울고 있는 저것

괜찮다는 몸짓으로 날개를 떨며 친구와 애인의 가슴에 돌덩이를 묶다가도

가끔씩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저것

어느 날 비에 젖은 날개를 끌며 다 죽어서 찾아오는 저것

그럴 때마다 돌로 쳐죽이고 싶은 저것

하지만 그보다 늘 한발 앞서 몸소 자결을 감행하는 저것

아름다움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하지

그렇지 않으면 그건 아름다움도 아닐 거다

하지만 나는 세상 것 중에 탐나는 것도 부러운 것이 없으니 

매일 허공에 낚시를 드리우고 세상의 나비들을 무심히 바라보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게  몇 있는데

가령, 10년 전 어느 형님이 몰다가 폐차 직전에 팔았던 범퍼 덜렁거리던 꽃자주색 엘란트라의 안부라든가

점심에 라면을 반 먹고 저녁에 나머지 반을 끓여먹던 어느 가난한 시인의 여름날 쪽방,

그리고 그 방에 늘 펼쳐있던 꼬랑내 나는 겨울 이불 같은 것.

소문에 듣자니 라면 시인은 시는 안 써도 보일러 수리를 배워서 이제 밥 쫌 먹고 산다는데

그 방의 겨울 이불은 이제 어디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이 봄날의 볕을 쬐고 있을까

아 그리고 엘란트라氏는 하늘색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지붕에 알록달록 보따리를 이고

털털털... 중앙아시아 천산산맥 그 어디쯤 흙먼지 날리며 달리고 있겠지

 

나는 어디에 버려져야 저토록 평화로울까

그 누구에게도 죄의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오늘도 나비들 반짝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