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즈음 공터

 

 

 

집 앞 작은 마당에 풀들이 우거졌습니다.

허리춤을 넘는군요.

주인이 돌보지 않으니 우거진 풀들이 단풍 들었네요.

우리집 마당은 세상의 한가한 공터입니다만

올해도 색색의 나팔꽃들이 피었습니다.

여름부터 주인의 보살핌이 닿지 않아 아무렇게나 험해지더니

이제는 저희들끼리 저희들의 질서를 잡은 듯하군요.

토마토 위에도 상추 위에도 그리고 고추 위에도 온통 나팔꽃들이 피었습니다.

내가 잡고 있는 몇몇 것들도 나와 상관없는 것이 되면

저리 고와질까요.

 

엊그제 비가 내려서 하늘의 먼지들이 다 씻겨내렸는지

공기 맑고 달 맑은 밤이로군요.

서울은 꽤 조용하고 사방이 청정하네요

오늘밤은 끝내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좋겠습니다.

좋은 추석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