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에게

 

 

 

나는 내 머리털이 빠지게 한 사람과 메일을 한 통씩 주고 받았지요.
그리고 사람 사이에는 옳고그름이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간 빠진 내 머리털만 아깝더군요.
그래도 마음은 한결 편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이 하나를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서넛이 더 남았지만
그 중에 얄팍해서 슬픈 둘을 빼면
마음에 남는 아픔은 이제 한둘이네요.
그러는 동안, 그제 그 친구가 자살했다는 이상한 소식을 들었어요.
형도 아시죠 그 철학 공부하던 후배.
내가 여행 가기 전에 우리 함께 만나 술도 먹었잖아요.
홍대 근처 그 이상한 욕조 있던 술집에서요. 
평소에는 가지도 않는 장례식장에 다 가보니
어린 친구 몇이 있고
작은 증명 사진을 키운 영정 사진은 잘 알아볼 수 없고
어미는 그 옆에서 뒤척이며 자고 있었지요.
나는 검은 옷 사이로 삐져나온 그녀의 옆구리살을 보았어요
며칠 전, 한번 보자는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식중독으로 갤갤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그가 말하더군요. 그럼 담에 뵐께요 형.
그래서 그렇게 담에 보았네요.
정신이 번쩍 드네요. 이 세상의 모든 거짓 희망들에 대해서.
형은 술 좀 줄이시고 좋은 가을 맞으세요.
자주는 못 봐도 나는 형의 좋은 동생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