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섬

 

 

 

외따로 떨어진 산이라고 '외얏날'이라고 불렸으나,

이제 물이 들어와 붕어섬이 되었다.

 

깜깜한 새벽부터 고가의 장비들을 지고 전망대에 올라온 사진가들이

혹여나 자기 자리를 빼앗길까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셔터를 눌러댄다.

그들 중 누가 저 섬의 역사에 관심이나 있으려나.

 

섬진강댐이 건설되고 이 지역이 수몰되었을 때

목구녕이 찢어지라 부르짖고 싸우다 정말로 목이 맛이 가버린 한 사내를 저 섬에서 만났다.

가느다란 햇살이 우리가 앉은 자리 위로 비껴 비치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 섬.

인상 좋은 그는 후두암 수술을 받고 이따금 붕어처럼 입을 뻥긋거렸지만

나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날이 추워 붕어빵이 생각나던

2012년 겨울, 옥정호 붕어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