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물고기 쑥국

 

 

   


요놈이 도다리여. 손으로 잡기 징그러울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봐....요로코롬 뽀얀 놈들이 양은 쟁반에 함초롬하지.
후배가 서울역 근처서 돌잔치 갔다오다가 롯데마트에서 도다리를 사왔더군
며칠 전에 도다리 쑥국 포스팅을 봤던 게지.
하지만 뭐 요리사가 바로 나서는 일 있나.
그 노마 보조 시켜서 도다리 손질 시켰지. 소금으로 씻고 크지 않은 놈들이니 내장 빼고 3등분 해놔라이~
잠시 담배 한대 피고 오니 잘 해놨더군. 하지만 요리사 아무나 하는 것 아니지.
숨은 비법이 있어야지.

숨은 비법은 술과 소금으로 밑간을 하는 거야.
그거 안 하면 비린내 날 수 있거든.
이번 도다리 쑥국에는 감히 마늘 양념 같은 건 쓰지 않을 거니까,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밑간이 잘 들었구만. 뭔 술 썼는지는 안 갈쳐줄꼬야.
앱설루트 넣으봐. 얼떨결에 핀란드 요리 돼버린다.그렇다고 와인? 흥. 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나저나 우리 집 도마 넘 예쁘지 않아?
북극곰 모자 주변에 빙하 같은 무들이 흩어져 있군.
야야, 무 고만 썰어라.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거 아니다. 달아 진다. 

   


선배님, 육수는 뭘 쓰나요?
주방 보조가 도발을 하는군.
어찌 그런 걸 묻는다냐. 하루 시다에 그걸 알라고? 육수는 없다. 완전 맹물을 써야한다. 이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잊지마.
맹물이 펄펄 끓으면 된장을 푼다. 한 수저면 충분.
간은 나중에 소금으로 더 하면 된다. 된장 많이 넣으면 되려 텁텁혀.
다행히 요리사 체면 세울 만큼 환장하게 맛난 된장 한 단지가 있다. 야, 찍어 먹어봐. 어뗘?
허걱! 오! 진짜 맛있네요. 단 맛 하나 없고 짜기만 한데 완전 깔끔한데요?
야야 시간 없다. 이제 무 넣어라. 무 익어가면 홍고추 청고추 한 개씩 만 넣고.
하여간 뭐든 과하면 안디아. 
그리고 무가 거의 다 익어갈 때쯤....드디어, 

 


파박 !!!!
쑥 파박!
쑥은 넉넉히 넣는거다 이렇게. 화투장 버리듯. 파박~!

시간 남으면 팽이버섯도 좀 넣고.
하지만 센불에 잽싸게 한소끔 끓여내야 맛이 쌈빡하다. 넉넉 잡고 1분?



짜잔~
이거이 바로 도다리 쑥국이다.
소금 좀 더 쳐라. 
첨에는 싱겁게 좀 먹다가 소금 넣어 묵든가 말든가 혀라. 
바닷것은 좀 짜야 제 맛이지만 이건 살짝 싱겁고 풋풋한 맛이래도 좋아.
도다리 싱싱하고 햇쑥이고 맹물이면 다 맛있다. 
마늘 한 점 안 넣어도 비린 맛 없고 시원해서, 속을 300방짜리 사포로 살살 긁어주는 그런 느낌 들 거야.  

 

햐~

꿈결같은 맛이네요. 
 

후배야 그래도 봄을 통째로 먹는 거 같다느니 뭐라느니 그런 말은 좀 하지 말고 먹으면 안 되겠냐?
봄이 흘린 먼지 몇만 제대로 주워 먹어도 자연은 원래 이런 맛이란다.

야야, 도다리 하얀 살이 솜털처럼 폭신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