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누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어디 가고 있었다고 한다. 가는 길에 창밖을 보니 이모네 밭이 보이길래, 저게 이모네 밭이라고 누나에게 알려줬단다. 그러자 택시 기사분이 저 밭에서 일하는 분들 아는 분이냐고 하더란다. 내 친언니 내외라고 하니 요새는 통 그분들 택시를 안 타신다고 무슨 일 있냐고 묻더란다. 

이모는 평생 농사 짓고 살았는데 전주 땅이 여기저기 올라서 말년에 땅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넉넉하고 좋은 아파트에 산다. 하지만 이모는 관절염으로 고생이고 이모부가 몇 해 동안 더 큰 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도 이분들은 택시를 타고 가서라도 밭에 나가 일했다. 가령 고구마를 심을 철에 고구마를 심지 않으면 밭을 놀리게 될 테니까.
 
어머니가 택시 기사분께 최근에 이모부가 돌아가셨다고 말해주니, 그가 뜬금없이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그 내외분들 참 희한한 분들이었다고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한다.

그분들이 콜택시를 불렀어요. 제가 자주 그 밭까지 갔었죠. 그러면 꼭 그분들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길 위에서 신발을 벗더라구요. 그리고는 각자 주머니에서 비닐 봉지를 꺼내 신발을 담고는 맨발로 택시에 오르시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신발에 흙이 많이 묻어서 차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그리 한다 했습니다. 제가 괜찮다고 그냥 타시라고 매번 말씀 드리는데 그래도 꼭 비닐봉지에 신발 담고 맨발로 타셨어요. 

어머니는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사람은 역시 죽어봐야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모가 직접 농사 지어 담근 된장을 택배로 보냈다고 덧붙이셨다. 

그나저나 오늘 외출할 일 있는데 택배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