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살아질 때까지 낙서







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이유도 없이 머리통이 터질 거 같아서 핸드폰으로 몇 자 적어본다.
요새 통 외출도 안 하고 사람들도 잘 안 만나고 살다보니 가끔 연락오는 이들이 뭐하며 지내냐고 묻곤 한다. 방금 전에도 지방 사는 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여기저기서 함부로 반짝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란다. 나는 왜 이런 소리를 자주 듣는 걸까. 반 년 넘게 집에만 쳐박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뭘하며 지내나 생각해봤다. 나는 빨래뒤집기 같은 걸 한다. 빨래뒤집기가 뭐냐. 그건 이런 것이다. 낮에 빨래를 널어두면 요즘 같은 볕에는 그냥 둬도 잘 마른다. 한데 나는 심심해서, 빨래 널고 한두 시간 지나면 빨래를 뒤집어 다시 넌다. 말하자면 정말 쓸 데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빨래를 뒤집을 때 기분은 좀 좋다. 하지만 역시 안 해도 그만인 일이다. 요즘 같은 때가 아니면 집을 거의 비우고 늘 나다녔다. 한데 그 시절 내가 한 것들도 어쩌면 빨래뒤집기 같은 일들이었다. 하나같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 나는 그런 일들 하는데 이력이 났다.
내일은 우체국에 가서 부쳐도 그만 안 부쳐도 그만인 새 책 몇 권을 생각 나는 대로 몇몇 곳에 소포로 보내고 스쿠터 엔진 오일이나 좀 갈아야겠다. 출판사에서 십여 권을 보내왔는데 남는 책이 있으면 오토바이 정비소 총각한테도 한권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