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안부, 그리고 몇 가지 유의 사항

 

장마가 시작되었군요. 

상추잎은 볼품 없이 녹고 있는데, 상추 심지만 북북 올라옵니다. 언제 저 상추대들을 꺽어다가 식칼로 빠지직 압사시켜 상추대 튀김을 해먹어야겠습니다. 장마철 잘들 넘기시기 바랍니다. 빨래는 잘 안 말라서 냄새 나는 거 싫은 양반들은 실내건조용 세제를 미리미리 구비하시기를. 그나저나 반지하 사시는 분들은 부디 물난리 겪지 마시기를.

다방기행문에는 들어있지 않은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주루룩 올리지만 실은 다 애틋한 기억이 있는 장소들입니다. 모두 바다 풍경이로군요
아무쪼록 장마가 끝나면 낡은 애인 다들 갈아 차시고, 별이 쏟아지는 멋진 바다로 힘차게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다방 다녔던 시간들은 잊고 뜨거운 물로 깨끗이 샤워를 하고 새 몸이 될 생각입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씻으면 새 몸이니까요.
내가 잊는 기억 몇 점을 누군가 대신 기억해주기도 하는가요? 
 

그나저나, 저 맨 아래 사진 속에 있는 꼬딱지 만한 작은 집들 보이는가요?
다 빈집들입니다.
가을이 오면 저 빈집들 중 하나를 골라 기거하며 단식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런 곳에서 하면 단식도 그냥 단식이 아니고 단식예술이 될 거 같군요.
씻어도 씻어도 새 몸이 안 되신 분들은 가을날을 기다려 나뭇잎들 져내릴 때 단식 한번 해보세요. 
자연과 함께 굶는 기분이 그 어디 비할 바 없는 기쁨임을 아시게 될 겁니다.

하지만,
"자 이제 발바닥으로 숨을 쉬어보세요." 라는 등의 헛소리를 하는 사이비 호흡법들에는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