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싸인회 후기






연일 장마라 각 집안에는 빨래도 안 말랐을텐데
멀리 여기저기서 많이들 와주셨습니다.
먼저 미안하고 감사하단 말씀부터 전합니다.

나는 고작 3시간 정도 싸인회를 했을 뿐인데
너무 미소 짓고 있었던 건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얼굴근육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더군요.
'미소 마비'랄까? 뭐 그런 증상을 종일 앓았습니다.
결혼식 날 신부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었지요.

행사마치고 그 밤에 바로
동해바다 하조대에 다녀왔습니다.
저 옷 입고 그대로 가서 해수욕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짠물을 묻힌 채로 샤워도 않고 서울로 왔답니다.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면, 새 몸 될 거라고 기대하고 귀가했는데
현관문을 여니 곰팡이 냄새가 나를 맞아주네요.
종일 걸레질 하고 내다 말리고 해야 했답니다.
이제 간신히, 다시 사람 사는 집이 되었네요.

태풍이 오려는가요?
해질녘에는 핑크빛 뭉개구름 높이 일더니, 이 밤에는 시원한 큰바람이 훨훨 불어오네요.
나는 어둠 속에 앉자, 그 바람 속에서 여러 얼굴들을 떠올려봅니다. 
본 적도 없는 이를 만나러 멀리서 일부러 시간 내주신 손님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올립니다.

한데 예전의 인연들은 다들 어디 계신 걸까요.
낯선 얼굴들 속에서 몇몇 분밖에 얼굴 뵙지 못해 아쉬움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