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카네이션
저 분홍빛
여성스럽다기보다
유배 온 선비 같은 저 선선함
종이 연꽃 같이 서걱이는 소리
새벽에 문뜩 깼다. 그리고 잠깐 생각했다.
본인이 운명적이라 자신의 감정을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사람에 대하여
그리고 경계 없는 나락에서 헤매일 때 피워 올라오는
나의 순수한 악행들.
암퇘지고기와 호박 넣은 고추장 찌개를 먹었다
가을인데도 입맛이 없구나
한밤에 스쿠터를 타고 달린다
뼛속에 바람이 들고 콧물이 찍 흐르는데
세상의 슬플비자 여기저기 눈에 띄고
마음이 뻥 뚤려서 사방에 경계가 없고 조심이 없는 것이
조만간 큰 사고를 칠 것 같은 물결 잔잔한 불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