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얼굴

 
편협한 기억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과장 없는 사내였다. 어쩌다 동석하면 그냥 심심한 그가 좋았다. 그렇다고 연락하고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어서 가끔씩 보고싶다는 생각만 했다. 오늘은 날이 흐리다. 제 아무리 진한 커피를 마셔도 라떼를 먹은 듯 흐리멍텅한 날씨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일부러 찾으려해도 찾기 쉽지 않은 작고 허름한 커피집이 있다. 이 집은 숯에 커피를 볶아내는데 그 불맛이 좋다. 하지만 오늘 따라 커피 맛을 모르겠다. 담배를 피려고 가게 앞에 나와 있는데 내 앞으로 누군가 바짝 다가온다. 너무 갑작스런 만남이라 나는 다만, 어? 하고 인사를 했다. 그는 일행이 있었는데 젊은 여자였다. 직장동료와 회사 일로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고 그는 서둘러 말했다. 나도 일행이 있어서 각기 다른 테이블을 차지하고는 한두 마디 안부를 나누다 헤어졌다. 가게를 나와서 한참 걸었다. 겨울 같지 않게 포근한 날씨이었지만 도시를 에두르고 있는 뿌연 안개가 을씨년스러웠다. 

저 친구 내가 참 많이 보고 싶어하던 사람이예요. / 아니 그럼 더 이야기 하지 왜 서둘러 나왔어요? / 반갑지 않더라구요./ 별로 안 보고 싶었나 보네 그럼. / 아뇨. 많이 보고 싶었죠.

가슴 따뜻한 그대들은 애써 인정 않겠지만, 그리움이나 애틋함 같은 것들은 나와 당신들을 그다지 다른 길로 인도하지 않을 것이다. 매번 안타깝겠지만 실은 그것들보다 재빠르게 개입하는 것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냥 간식처럼 그립다면 그대가 그 그리움을 간식처럼 먹어치우겠지만, 만약 간절히 그립다면 언제가 그대가 그 그리움을 간절히 배반하게 될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원하면서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그리웠다고 하지 말고 그냥 오랜만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