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저녁입니다 땅으로 고개 떨구며 피어 있는 하얀 고추꽃이 눈에 들어오네요 꽃 중에 예쁜 꽃이 바로 이 고추꽃 아닌가 싶습니다 며칠 전부터 고추들도 먹을 만하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첫수확이네요 나는 딱 두 개만 따 봅니다 크게 한 술 뜬 갈치속젓에 그것들 다져 넣고는 상추 한 소쿠리 그리고 찬밥 한 덩이 성곽 아래 아카시 나뭇잎들이 바람에 펄럭이네요 기분 좋게 배부른 여름 저녁입니다.